2009년 11월 05일
밀란 쿤데라, 『농담』중
p. 73
그렇게 해서 나는 같은 부대에 배치된 다른 신병들과 함께 연병장에 서 있었다. 모두 모르는 사이였다. 서로가 다 초면이고 익명인 이런 불투명함 속에서는, 타인들에게서 거칠고 낯설기만 한 모든 것이 가차없이 발산된다. 우리를 묶어주는 단 하나의 유일한 인간적 연결 고리란, 짤막하게 서로 무어라 추측이나 해 보고 있던 불투명한 미래뿐이었다.
p. 75
그들이 우리에게 가한 인격 박탈은 처음 얼마간은 마치 안개 속에서 분간이 가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가 수행한 그 비개인적 기능, 강제로 부과된 기능들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표출하는 모든 것을 대체해 버렸다.
p. 80
음악이 들릴 때 우리는 그것이 시간의 한 양태라는 것을 잊은 채 멜로디를 듣는다. 오케스트라가 소리를 내지 않게 되면 우리는 그때 시간을 듣게 된다. 시간 그 자체를. 나는 휴지(休止)를 살고 있었다. 물론 오케스트라의 (약정된 기호에 의해 명백하게 그 길이가 한정되어 있는) 휴지가 아니라 한정이 없는 휴지를.
그렇게 해서 나는 같은 부대에 배치된 다른 신병들과 함께 연병장에 서 있었다. 모두 모르는 사이였다. 서로가 다 초면이고 익명인 이런 불투명함 속에서는, 타인들에게서 거칠고 낯설기만 한 모든 것이 가차없이 발산된다. 우리를 묶어주는 단 하나의 유일한 인간적 연결 고리란, 짤막하게 서로 무어라 추측이나 해 보고 있던 불투명한 미래뿐이었다.
p. 75
그들이 우리에게 가한 인격 박탈은 처음 얼마간은 마치 안개 속에서 분간이 가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가 수행한 그 비개인적 기능, 강제로 부과된 기능들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표출하는 모든 것을 대체해 버렸다.
p. 80
음악이 들릴 때 우리는 그것이 시간의 한 양태라는 것을 잊은 채 멜로디를 듣는다. 오케스트라가 소리를 내지 않게 되면 우리는 그때 시간을 듣게 된다. 시간 그 자체를. 나는 휴지(休止)를 살고 있었다. 물론 오케스트라의 (약정된 기호에 의해 명백하게 그 길이가 한정되어 있는) 휴지가 아니라 한정이 없는 휴지를.
# by | 2009/11/05 21:35 | 감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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