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하여』 by. 수잔 손택 - (1) 플라톤의 동굴에서

요약: 사진은 세계와 관계맺음이다. 사진찍음은 기존의 회화나 예술이 세계에 대해 취해왔던 태도, 즉 세계를 해석한다는 생각과는 조금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는 행위다. 사진은 세계를 전유한다(p. 18). 세계를 수집하고, 포착하면, 그 이미지 자체로 우리는 세계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사진찍는 행위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사진은 과거에 대한 향수, 제약된 시공간을 지닌 여행자들의 수집욕 등에 의하여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사실 사진은 세계를 투명하게 포착해주지는 않는다. 어떤 예술매체도 그러하듯이, 사진찍는 사람의 주관적 자세 - 취향, 목적, 기준 - 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이 해석에 들어있는 가치는, 그 사진가가 의도하는 어떤 내용이며, 여기에 사진의 공격성이 있다. 카메라는 상황에 개입하지 않은 채 포착해내는 도구 - "상황에 개입하면 기록할 수 없고, 기록하면 상황에 개입할 수 없다"(p. 29) - 임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카메라를 들이민다는 것은 그 상황을 어떤 상황으로서 기록하게끔 하는, 그리고 더욱이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갖게끔 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 의미, 특히 도덕성과 관련해서 볼 때, 사진 스스로 영향력을 지니지는 못한다. 사진 이전에 이미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이어야 한다("사진이 도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그에 상응하는 정치 의식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p. 41). 사진 그 자체만으로는 무력할 뿐만 아니라,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정도도 그와 유사한 이미지들이 여기저기 깔리기 시작하면서 더욱 약화된다.
 
  다시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서, 사진의 등장은 세계를 카메라가 수집한 대로 이해하면 되리라는 믿음을 가져왔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해라는 것은 세계를 보이는 대로 보지 않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p. 47). 사진이 제시하는 단편적 이미지는, 세계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제공하지 못한다. 이해는 시간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지, 단선적으로 맺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by Arouet | 2009/11/04 12:56 | 감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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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지산 at 2009/11/06 03:49
손택의 저 글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을 상기시킬 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명문인 듯. 예전에 잠깐 독서카드 만들었던 적이 있는데 저 글만으로 카드 한뭉치가 나왔던 기억이... (그리고 카드 만들기를 그만뒀다는 슬픈 기억이-_-)
Commented by Arouet at 2009/11/06 11:50
그러나 그 다음 챕터부터 슬슬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음- "우울한 오브제"쯤 되니 정신이 혼미... 하지만 이 책이 사진에 관해 정말 많은 생각들을 던져주는 명문이라는 것은 분명함. 다만 (손택에 대한 비평가들이 일치하는 비평인) 약간 산만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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