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서의 단상 # 1

적기 전에 짧은 넋두리. 훈련소에서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 단지 먹거나 마실 것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 보급된 펜은 고장나 버려지기 일쑤였고 하루의 생각들을 정리하기에 수첩은 너무 작았으며 1주일에 두장씩 주어지는 편지봉투를 아껴쓰지 않으면 집에 편지조차 제대로 보낼 수 없었다. 먼저 다녀온 이들에게서 듣기를, 일기장을 보급받아 그곳에 많은 이야기를 적을 수 있으리라 하였으나, 어째서인지 받지 못했고 그래서 작은 수첩에 꾸역꾸역 생각들을 새겨넣어야 했다. 잠잘 공간도 부족해 죽겠는데 글 쓸 공간마저 부족하다는 것은 정말 서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편지지 몇 장을 훔쳐 편지를 쓰는 척하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는 척 하였다. 편지지도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마 조교에게 걸렸다면 얼차려를 받았을 것이다.

  - 왜 우리는 극단적으로 세밀한, 혹은 일반적이고 진부한 말밖에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이 공간에 대해서. 아마도 그것은 우리의 괴로운 하루하루를 적절히 설명할 언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외부에서 보면 이곳은 일종의 블랙박스다. 사람이 들어갔다가 일정한 시간이 흐르고 나서 나온다. 그 안에서의 모든 것이 철저히 차단되어 있고 그 일상을 밖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침 기상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그 모든 시간이 1분 1초 단위로 통제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런 경험을 갖지 못한다.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저 '잘 다녀와'와 '벌써 왔냐'는 두 종류의 인사만이 이곳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인사인 것은. 만약 이곳을 나간 인간들이 자신의 경험을 잘 설명할 수 있다면, 보다 더 잘 정리해서 말할 수 있다면, '군대 얘기'는 기피대상 1호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2년은커녕 며칠만 이곳 안에 있어도 머리가 굳어버린다. 생각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생각은 통제 하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곳을 나간 인간들은 - 심지어 이곳에서 통제는 감옥 안에서의 그것보다 괴롭다. 감옥에서는 훈련을 수시로 시키지는 않으니까 -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알지 못한다. 그 결과 남는 것은 오직 진부한 말들뿐이다. 자신이 군대에서 축구했던 얘기를 떠오르는 대로 다 떠들어대거나, 아니면 정훈 시간에 들었던 어르신들의 일반론을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곳에서의 시간은 중간에 잘려버린 필름처럼 남겨진다. 그것을 주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 9. 22.

by Arouet | 2009/10/20 23:21 | 단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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