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책에 낙서하기

헤겔의 정신현상학 세미나를 다시 시작했다. 책을 바로 살 돈도 없고 번역에 대한 말들이 많아서 일단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빌려보니 이게 웬 걸, 어떤 작자가 연필로 모든 텍스트를 색칠해놓았다. 덕분에 안 그래도 문장 괜시리 어렵게 쓰는 인간 때문에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온 사방에 밑줄이 그어져 있어서 더 정신이 없어졌다. 지우개로 다 지워가며 읽고 있는데 짜증나 죽겠다. 빌린 책에 낙서하는 인간들은 지옥가서 자기가 낙서한 텍스트를 영원히 지워야 하는 - 그러니까 마치 시지프스처럼 낙서를 지우면 또 생기고 또 생기는 - 고통을 겪을 것이다. 흥.

by Arouet | 2009/07/30 11:27 | 잡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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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후유소요 at 2009/07/30 13:07
저도 베르그송 책을 하나 빌렸는데 온 사방에 볼펜과 형광펜으로 밑줄이! 물론 곱씹어 읽으려는 노력은 알겠지만 이것은 ;ㅅ; 다행히 첫 1/3이 지나니 없어지긴 했지만요 ㅎㅎ;; 마지막 줄에 원츄하겠어요.
Commented by Arouet at 2009/07/31 14:12
과연 밑줄러들을 그나마 용인할 수 있는 경우는 책 전체가 아니라 앞부분에만 밑줄을 그어줬을 경우입니다 ^^;
Commented by dcdc at 2009/07/30 13:55
저는 일종의 역사적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추하든 아름답든(...).
그래서 아직도 (아마 구토였으리라 기억하는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적힌 '나도 나이를 먹었나봐 보는 여자마다 다 이뻐'라는 문구가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네요.
Commented by Arouet at 2009/07/31 14:12
음 저는 책에서 전화번호가 적힌 걸 봤는데 한번 전화해볼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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