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1일
방학 단상
방학은 좀 조용히 보내고 싶다는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이리저리 풀린 떡밥들을 충실하게 물고 나니 남은 것은 7-8월 두 달간 세미나와 강좌에 허덕이게 될 고져스한 일정이다. 나는 언제나 이와 같은 여정을 따라왔던 것 같다. 즉 학기가 시작할 무렵 의욕에 불타 수업이든 책이든 이것저것 공부할 일정들을 지른 다음 학기말에는 하얗게 불태운 채 아무것도 제대로 남긴 것 없이 모든 기력을 소진하고 쓰러져서 이젠 좀 쉬어야지 ㅎㅀㄹㅋ 하며 방바닥에 널부러져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즐기다가 더이상의 폐인생활을 용납할 수 없다는 스스로의 (그리고 주변의) 채찍질에 자극받아 다시 의욕을 불사르고 또다시 소진되고... 하는 싸이클 말이다. 문제는 저렇게 하면서 뭔가 남는 게 있어야 하는데 도대체 뭐가 남는 건지 스스로도 의문이라는 점에 있다. 두뇌에 '먹어라 마셔라 지식을' 하며 한 학기가 지나고 나면 쩔어버린 뇌는 이미 다 토한 뒤인 것이다. 이래서 노트에 정리해가며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인데 - 두뇌가 망각해도 노트는 망각하지 않으므로 - 게으름을 버리지 못한 나는 아직 몸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다. 누구 말마따나 공부는 몸으로 하는 것이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닐진데.
이러한 혼잡스러운 생각들은 매 학기 혹은 방학이 시작될 때마다 했던 것들이나 특히 지금 더 심란한 것은 입대가 78일 남은 상황이라는 점 때문이다 -_-
# by | 2009/07/01 11:48 | 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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